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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S: RULE BOOK

2022.10.28 - 11.13

'MODS' 프로젝트는 미술에서 게임을 다루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었다. 게임을 미술 작업의 소재로 삼거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미술적인 것을 미술에서 게임적인 것을 발견하는 방법론을 모색한 것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곧, 게임에 미학적 모드를 적용하는 것과 같았다.

이번 전시의 부제 룰북(Rule Book)은 TRPG(Tabletop Rolel Playing Game)나 보드게임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규칙을 적어놓은 책을 말한다. MODS에서 초청한 네 팀은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각 팀은 게임의 세계관을 이루는 구조 일부를 해체해서 늘어놓거나(JJ BOYS CLUB x 구윤지), 정해진 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각자의 게임을 만들어나가거나(겨자정원, 언파운디드), 또는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그 자체를 외부에서 바라보기도 한다(코옵 x 이경혁). MODS는 다시 한 번 게임을 모딩하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나간다.

 

 

JJ BOYS CLUB

〈게임의 알레고리들 Allegories of the Game〉

 

현실과 가상세계 즉 실재와 허구의 연동성과 그것이 추동되는 지점을 따라가보며 시작된 프로젝트로 JJ BOYS CLUB은 게임의 이론적 기반이자 구조이며, 게이머들의 감각적 리얼리티를 완성시키는 요소인 세계관을 유지하는 방법을 범례화하는 방식으로 그것의 핍진성을 두드려본다. 알레고리인 오브제들은 사냥으로 얻은 드랍템, 능력치 증진 위한 물질, 레벨업을 위한 버프템과 같이 우리들이 인벤토리에 파밍(farming)하는 아이템들과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들인데, 전형적인 모티프의 이미지들로 파편적으로 등장하면서 관람자들로 하여금 그 안을 배회하게 하고, 게이밍의 경험적 감각을 환기시키는 상징이 된다. 또한 프로파일을 조립하여 만든 구조물, 레디메이드 그리고 3D 프린팅의 스태킹으로 제작된 알레고리들은 기의와의 거리를 벌림으로써 직관적이며 단순할 수 있는 인지의 과정으로부터 우회하여 리얼리티 획득을 향해 확장되는 게임의 세계관 그 자체에 대한 유비로도 기능한다.


 

겨자정원

<mustard seed garden>

참여: 유엘리, 홍성화, 김세인, 문주혜, 박예림, 정재인

17세기에 처음 출판된 『개자원화보(Manual of the Mustard Seed Garden)』는 방고(倣古)의 논리가 지배했던 동아시아에서 화가를 위해 귀납적으로 미리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처럼 기능했다. 다만 『개자원화보』는 어디까지나 특정한 시기와 상황 하의 수요에 따른 기획 출판물이었는데, &좋은 이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물론, 불투명한 과거에 대한 임의 보정에 이르기까지, 『개자원화보』는 실증적 자료라기보다 특정한 의미망 내에서 형성된 굴절의 프리즘에 가까웠고, 심지어 목판 인쇄를 위해 변조되어 소개된 이미지들은 이후의 수묵화에 되먹임되기도 했다. 〈겨자정원〉은 unfounded의 초대로 RPG Maker MZ를 활용해 『개자원화보』의 그런 존재 방식을 재연해보는 작은 출판 퍼포먼스다. 작가(문주혜, 박예림, 정재인), 출판 디자이너(유엘리), 기획자(김세인, 홍성화) 외에 딥러닝 기반 언어모델인 KoGPT2가 가담했는데, 이미지에 부연된 텍스트는 참여 작가의 노트에서 발췌된 문장과 그에 뒤이어 KoGPT2가 작성한 문장을 재가공, 재편집한 것이다.

 

 

언파운디드

언파운디드는 가상이 현실에 개입하는 현상을 탐구한다. 이때 가상은 큐레토리얼 실천으 로 생산된 것이다. 가상은 오랫동안 문학적 내러티브나 허구, 거짓말, 가짜, 속임수, 환상처럼 물질 적 현실 세계로부터 분리된 대상을 지칭해 왔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의 관계는 이중 나선 구조와 같다. 큐레토리얼 실천은 이 이중 나선 구조를 풀고 감으며 새로운 배열을 형성하는 일이다. '초대'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큐레토리얼 실천의 재료와 도구들을 분석하고 실험하는 장소다. 제목인 unfounded는 무근無根하다, 헛되다, 이유 없다라는 뜻이며, 이 이름 안에서 김얼터와 박유진이 함께 일한다.

프로젝트명: 초대 II: 바벨 & 초대 IV: 48*48 Invitation II: Babel & Invitation IV: 48*48

언파운디드는 큐레토리얼 실천과 게임의 교차를 실험한 〈초대 II: 바벨〉과 〈초대 IV: 48*48〉의 일부 결과물을 소개한다. 〈초대 II〉에서는 박선호의 〈Vernissage〉와 황재민의 〈익명의 사용자가 숲속에서 작성 중〉을 〈초대 IV〉에서는 조주현의 〈마가렛의 초대〉와 겨자정원의 〈겨자정원〉이 각각 공개된다. 특별히 초청한 김정각의 작업 〈빌런 매니저〉(2021) 역시 RPG 메이커로 제작되었다. 향후 웹사이트에 모든 작업이 공개될 예정이다.

〈초대 II: 바벨〉

참여: 박선호, 박이선, 정여름, 황재민

〈초대 II: 바벨〉은 트와인(Twine)으로 내러티브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다. 트와인은 하이퍼링크로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툴이다. 다중 선택과 이동이라는 기능은 시간성을 선형적 내러티브와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하는데, 이는 전시가 리얼리티의 시간을 다르게 배치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전시와 내러티브, 시간의 관계를 고찰한다. 손님은 기획자, 비평가, 창작자를 포함하는 6인, 큰 손님에는 룹앤테일의 김영주가 초대되었다.

〈초대 IV: 48*48〉

참여: 조주현, 겨자정원 (불발된 손님: 김정각)

〈초대 IV: 48*48〉은 RPG 메이커(RPG Maker, 속칭 쯔꾸르, 알만툴)로 게임 자체가 전시가 될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게임 제작 툴은 창작자가 정한 규칙에 따라 관객을 움직이며 게임 내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강력한 자유도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창작자가 반드시 수용해야만 하는 규칙이 있다. 48픽셀의 정방형 그리드로 세계를 구획할 것. 이는 전시가 특정한 전시장을 자기의 태생적 토대로 삼는 것과 닮아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으로서의 큐레토리얼 실천 개념을 고민해 본다. 손님은 기획자와 시각예술가 및 만화가 등 창작자를 포함하는 6인, 큰 손님에는 ISVN의 멜트미러가 초대되었다.

 

 

코옵 × 이경혁

〈모딩의 계보학〉 + 〈이세계를 모딩했더니 세계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유명 모딩 커뮤니티 '넥서스모드'에는 농장 운영 게임인 〈스타듀밸리〉에 적용 가능한 모드만 10,000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유저들이 직접 만든 맵이나 기존과 다른 스토리를 다운 받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게임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캐릭터의 얼굴과 호칭, 젠더를 바꾼다. 심지어 모드를 통해 주인공은 더 이상 농부가 아니게 되기도 한다. 이번 워크숍은 게임에 다양한 모드를 직접 적용해보며 모딩된 게임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람들은 왜 이미 구축된 판타지에 현실의 문제를 다시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랙처, 〈모딩의 계보학〉

11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

진행:이경혁

모딩은 디지털게임에서 수용자가 주어진 텍스트를 자유롭게 개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기판을 조작하는 하드웨어 차원의 개입, 비교적 간단한 에디트, 나아가 해킹의 차원까지. 모딩은 그 모습을 변화해 나가며 점차 창작자와 수용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 형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 렉처는 모딩의 계보를 살펴보며 텍스트와 수용자라는 오래된 이분법의 형식이 디지털게임의 등장과 온라인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아 각각 어떻게 해체되는지, 또 해체된 양식이 새로운 소비체제 안에서 다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경혁(게임비평가, 연구자)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 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현질의 탄생』(2021)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을 썼으며 게임문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일간지 등 각종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게임문화웹진 『GG』의 편집장이다.

워크숍, 〈이세계를 모딩했더니 세계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11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

진행: 코옵(권태현, 박이선)

유명 모딩 커뮤니티 '넥서스모드'에는 농장 운영 게임인 〈스타듀밸리〉에 적용 가능한 모드만 10,000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유저들이 직접 만든 맵이나 기존과 다른 스토리를 다운 받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게임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캐릭터의 얼굴과 호칭, 젠더를 바꾼다. 심지어 모드를 통해 주인공은 더 이상 농부가 아니게 되기도 한다. 이번 워크숍은 게임에 다양한 모드를 직접 적용해보며 모딩된 게임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람들은 왜 이미 구축된 판타지에 현실의 문제를 다시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코옵(권태현, 박이선)

코옵은 큐레이터 권태현과 게임연구자 박이선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 기획팀이다. 일상의 가장 사소한 것들이 가진 예술적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프로젝트를 꾸려왔다. 2020년을 기점으로 서비스 종료된 '플래시'를 기리는 'R.I.P. FLASH' 프로젝트를 통해 추모 웹사이트와 각종 이벤트를 만들었고, 프로젝트와 동명의 책을 출판하였다. 코옵은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는 순간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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