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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 TAP, TAP: 후우, 후ㅡ
기획 : 전그륜
참여작가 : 유지영, 이종현

2022.5.13 –
6.5

마포구에 위치한 별관, 얼터사이드, 합정지구가 협력하여 미술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전시 《TAP, TAP, TAP》을 연다. 이 전시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마주할 수 없었던 단절된 시간을 넘어서고,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고대하며 마련된 자리다. 전시명 《TAP TAP, TAP》에서 ‘TAP’은 ‘가볍게 툭툭 두드리다, 음악에 맞춰 손이나 발로 박자를 맞추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마포구를 오가는 기획자, 작가, 퍼포머, 관객의 경쾌한 발소리를 의미한다. 

《TAP, TAP, TAP》은 전시기간 중 관객과 창작자가 만날 수 있는 총 12회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각 퍼포먼스는 연결된 시간대로 구성되어, 관객은 하나의 공연이 끝난 후 다른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각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영상, 조각, 설치 작품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전달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할 것이다. 

세 개의 공간은 미술과 퍼포먼스를 매체로 하여 각각의 기획전을 연다. 별관은 《ECHOLESS》라는 이름으로 김혜연, 강지윤, 뀨르와 타르, 서성협, 이희인, 오민수와 함께 소리와 관계의 유사성을 살펴본다. 그중 김혜연은 숨-소리를 관객과 나누는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얼터사이드에서는 기억과 경험을 재료 삼아 시각화하는 최서희의 개인전 《The Glass Locker》를 연다. 또한 3인의 안무가 김지윤, 안예빈, 윤효인은 최서희의 조각과 움직임을 연결지어 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고 희미해지는 기억의 매커니즘을 드러낸다. 합정지구는 《후우, 후ㅡ》에서  안무가 유지영, 이종현과 함께 몸이 가지는 잠재성을 탐구한다. 전시장에서는 두 안무가가 몸을 내밀하게 살펴온 지난 과정을 볼 수 있으며, 그중 두 작품을 공연한다. 


《TAP, TAP, TAP: 후우, 후ㅡ》 서문

이 글을 쓰려 짤막한 글 조각을 만들어내던 중 몸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다 몸을 ㅁ, ㅗ, ㅁ으로 뜯어보기도 하고 ‘모옴’ 읽어도 보고 몸이 들어간 관용구도 떠올려봤다. 곱씹어 보다 단어가 생김새와 달리 너무 크다는 것, 그래서 섣불리 쓰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몸. 몸은 언제나 이곳에 있다. 정말일까? 질문을 바꿔서, 당신의 신체는 이곳에 있다. 그런데 당신의 마음도 이곳에 있나?

이종현과 유지영은 소매틱스(Somatics)를 기반으로 몸을 움직인다. 소매틱스는 1970년대 토마스 한나가 사용한 용어로 신체를 인지한 후 움직임(소마 운동)을 통해 몸을 개선해나가는 학문이다. 소매틱스에서는 몸을 나 자신이 스스로 인식한 몸(soma)과 제 3자가 보는 몸(body)으로 구분하는데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체와 정신을 분리시키지 않고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 몸(soma)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와 밀려드는 감각을 살피고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두 안무가는 신체와 정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몸이 가지는 잠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종현은 몸을 구성하는 근육/장기/뼈/인대/신경 등이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마음, 의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움직인다. 이렇게 부분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몸을 감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나란히 놓이고 몸이 퍼포머를 이끄는 순간이 찾아온다1. 그는 몸의 가능성이 완전히 열리는 이 순간을 찾는다. 즉흥으로 움직이는 <소매틱 연습하기>(2022)는 이 순간을 찾아 자신의 몸을 더 깊이 감각하고 파고든다. 퍼포머는 몸을 가볍게 흔들다가 점차 바닥을 쓸고 가볍게 뛴다. 그에 맞춰서 숨소리도 거칠어지고 움직임도 빨라진다. 그가 춤을 출 때 무엇이, 어떻게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의 몸 안에서부터 에너지가 점차 커져 뻗어져 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럴수록 관객은 지워지고 무대에 놓여있는 그의 몸과 춤만이 남는다. 


유지영은 요가를 하며 몸이 몸을 넘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게 몸은 세포, 미생물, 박테리아를 담은 컨테이너이자 그것이 태어나고 죽는 생태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몸은 컨테이너로서 만물의 몸과 다르지 않고 나아가 단단한 몸의 형태를 넘어 변화할 수 있는 곳이다. <다시 어떤 것의 몸이 된다>(2022)는 이러한 유동적이고 순환하는 몸, 인간의 몸과 비인간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다2. 퍼포머는 몇 가지 동작을 뚜렷한 서사 없이 진행한다.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호흡하기. ②염을 한 후 그 옆에 물고기 자세를 만들어 눕기. ③싱잉볼의 가장자리를 긁어내기. ④동물, 곤충의 이름을 가진 요가 자세를 행하기. ⑤또 다른 생물의 몸으로 바뀌는 가능성의 몸, 컨테이너를 감각하기.

다섯가지의 장면은 모두 순환하는 모양새를 갖는다. 이때 순환은 이전의 몸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몸이 된다. 같은 호흡을 내뱉을 수 없고 죽은 몸이 새로운 몸이 되고, 싱잉볼의 소리는 매번 달라지며 여러 생물을 닮은 몸은 또 다른 생물의 몸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유지영은 작품의 제목을 ‘된다’ 혹은 ‘되었다’라는 완결형으로 끝맺는 대신 ‘되기도 한다’로 지으며 몸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이 향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이종현은 신체와 정신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그의 몸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이를 위해 그는 <퍼포머에 관한 퍼포먼스>(2020)에서 반복해서 넘어진다. 공연을 할 때, 무대에서 관객의 시선을 받으며 계획한 것을 몸으로 옮겨내는 시간에 그는 쉽게 몸이 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넘어지는 ‘실수’를 하며 퍼포머의 몸이 드러나도록 한다. 퍼포머는 30여 분의 시간동안 무턱대고 넘어지고 균형을 잡으려다 넘어지고 또 넘어진다. 넘어지는 소리로 관객은 그의 몸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퍼포머는 몸에 쌓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퍼포먼스를 이어가기 힘들어진다. <부유하는 몸>(2020)에서는 무대에서 나와 몸이 놓여진 장소를 인식하려 한다. 그는 많은 장소 중에서 길거리를 선택하는데, 이는 그곳이 머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과 차 심지어 새는 이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제각각의 속도로 거리를 지난다. 네 명의 퍼포머는 그 사이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인식해본 일이 없는 길을 감각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한다.  


유지영은 자신의 몸으로 향하기도 하고 관객의 몸으로 향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우리의 몸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몸과 마음이 따끈한 ‘멜팅휴먼’이 될 수 있다. 멜팅휴먼은 유지영이 사용한 단어로 새로운 인간, 포스트휴먼의 일종인이다. 하지만 포스트 휴먼이 미래를 바라보며 인간 이후의 인간을 꿈꾸는 것과 달리 유지영의 멜팅휴먼은 몸이 이곳에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존을 위한 가이드>(2021)와 <와스스와스스>(2022)는 관객과 함께 현존을 알아차리고 멜팅하기 위한 작업이다. 두 작품에서 퍼포머는 음성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한 작품에서는 무대를 비어두고 관객이 자신의 몸에 집중하도록 하고(<현존을 위한 가이드>) 다른 작품에서는 두 명의 퍼포머가 구체적으로 몸은 인식하게 만들면서 관객의 몸, 그 옆의 또 다른 관객의 몸, 그 몸들이 있는 공간을 인식하도록 한다(<와스스와스스>). 두 명의 퍼포머의 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관객의 몸은 점차 따끈해지고 가벼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퍼포머가 후- 바람을 부는 순간 퍼포머의 몸과 함께 와스스와스스하기3 시작한다. 그의 몸에서 시작한 말은 퍼포머의 몸을 지나 또 다른 몸과 만난다. 


《후우, 후-》는 유지영의 <와스스와스스>에서 들리는 바람소리이기도 하지만, 숨 소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안무에서 숨은 신체와 의식, 몸이 이곳에 있음을 알 수 있는 시작점이다.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의 지난 춤에는 숨의 소리가 선명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호흡하며 자신의 몸을 그때 그곳에 두려 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의 숨을 잘 들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곳의 문을 닫았을 때, 거대한 몸, 그것에 가득찬 숨이 있기를 빈다. 

 

_전그륜(합정지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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