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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nti-Freeze
참여작가: 김상하, 김유자, 허호

2023.4.28 - 5.28

합정지구는 2015년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신진작가를 소개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더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만나기를 기대하며 공모 ‘2023 Anti-Freeze’를 진행했다. 총 167명이 공모에 지원하였고 합정지구 운영진, 외부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 3인 김상하, 김유자, 허호를 선정하였다. 작가들은 두 차례에 걸친 멘토링 프로그램과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발표한다.


<A cat>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우리는 고양이가 어딘가에 있었다는 것, 동시에 영영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유자는 의도하지 않은 ‘지워짐’을 만나고, 우리가 고양이를 찾았듯 무언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것은 작가에게 만나기를 고대하는 일, 곁에 없는 누군가를 그리고 기억하는 일과도 같다. 작가는 작은 새를 땅에 묻을 때 그 온기와 무게를 기억하고, 좋은 꿈을 꾸기를 바라며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을 떠올린다. <Cusp>는 예기치 않게 김유자에게 찾아왔지만 작가는 그 “충돌”을 즐거이 맞는다.


허호는 게이컬처를 관찰하면서 게이 남성의 몸을 전면으로 드러내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몸들은 흐릿하다. 서로에게 순식간에 빠져든 몸들은, 자신의 신체를 훤히 드러내며 시선을 던지는 사람에 의해 순식간에 대상화된다. 서로에게 오갔을 비밀스런 교감은 증발되고 그저 덩어리, 몸으로만 남는다. 서 있는 세 사람은 우리를 향해 얼굴을 내보이지 않고 모두 어긋난 채 어딘가를 보고 있고 지하 전시장으로 가는 계단에 걸린 사람은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갈구한다. 허호는 그가 익히 다뤄온 신체를 그리지만 기존과는 다르게 몸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공허함을 드러낸다.


김상하는 누군가의 삶을 되짚어 보면서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시간과 사건 그리고 현재 사이의 간극을 바라본다. 인물의 옛 사진, 그것을 펼쳐 보이는 손, 물에 젖어 얼룩진 메모처럼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을 담지만, 작가는 그의 생을 차분히 기록하며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시간을 떠올리며 풍경을 그러모은다.


공모전의 이름, Anti-Freeze는 2018년 웹으로 진행한 신진작가 기획전에서 가져왔다. 이 전시는 거대 담론과 유행에 쉽게 휩쓸릴 수 있는 시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로 입을 뗀 이들이 계속해서 나아가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의 미술계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있다. 몇 가지 주제가 유행처럼 번지고 소화시키지 못한 채 작업이나 기획전으로 드러났다가 빠르게 폐기된다. 몇몇 미술인들은 공격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김상하, 김유자, 허호는 숨 고를 틈 없이 변하는 미술계에서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자신의 속도로 움직인다. 얼어붙지 않을 세 사람의 시작을 반겨주시기를 바란다.


1《졸전》(2017), 《어떤 전야제》(2017), 《Anti-Freeze》(2018), 《소우주의 신》(2019), 《소파와 윈도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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