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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연습
참여작가: 이준용, 임진세, 신하정, 최서윤

2023.1.27 - 2.25

제목을 풀어서 보자. 마음을 연습하기. 마음을 연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연습을 해야 하는 마음은 무엇이고 그것을 연습할 때는 언제일까. 임진세, 신하정, 최서윤, 이준용은 모두 가까운 대상을 그린다. 그 대상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가까운 대상이기도 하고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심리적으로는 가까운, 또는 그 반대이기도 하다.


임진세의 고양이들은 옷장 안, 의자, 침대, 벽에 기대어 놓은 캔버스 위 등 집안 곳곳을 누빈다. 그리고 이 “털뭉치”들은 한결같이 보호자와 눈을 맞춘다. 다리에 기대어서, 문 앞에 앉아서, 캔버스 위에서도 편안하고 태연하게 보호자를 본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 여유로워 보이는 고양이의 얼굴에서 작가와의 유대감이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길가 화단에서 시들어가는 꽃을 본다. 이 꽃들은 시들어가고 있어 서로 다른 색과 채도, 모양을 가졌다. 임진세는 시든 꽃에서 무상함, 허무함 같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본다. 작가는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고 그리며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려 한다.


신하정은 육아를 하며 아이가 손으로 많은 말을 하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느끼며 말을 건네었고 작가는 그런 아이의 손과 자신의 손을 맞대며 언어로 구체화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손의 표정에  둔감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너무도 익숙해진 손을 다시 본다. 주변의 사물을 지워내고 오롯하게 손만 남기며 그 손에 담긴 감정을 보려 한다. 그리고 긴 세월이 새겨진 엄마의 손, 작고 말랑거리는 아이의 손과 자신의 손을 각각 마주 대면서 그 사이에 오가는 무언의 대화, 우리 사이에 공유하고 있는 서사를 드러내려 한다. 


최서윤은 인물과 풍경에서 한참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그린다. 인물의 얼굴과 몸은 알 수 없게 삭제되거나 변형되고 풍경 역시 구체적인 장소를 알기 어렵도록 재편집된다. 어딘지 서늘한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의 부모님이다. 어느 늦은 밤, 작가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엄마가 달리 보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모습이 보인 것이다. 이후 작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관광지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기 위해 나란히 선 두 인물은 분명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러 만들어낸 물리적인 간격으로 인해 낯선 존재가 되어 화폭 위에 자리한다.  


그에 반해 이준용은 대상에 바짝 다가가 힘껏 끌어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그가 살아내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매번, 어김없이 그것과 형편없게 관계를 맺는다. 사랑하지만 실패하고 실패하지만 사랑한다. 그 사랑이 절망으로 끝났을지라도 그는 스스로를 닳게 하고 마침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이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네 명의 작가들은 가까운 대상을 떠올리고 그와의 관계를 그린다. 그것은 편안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익숙하지만 낯선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들은 그것이 자주 마음에 걸린다. 다정하거나 새삼스러워서. 또는 도저히 몸에 익지 않아 어디 깊은 곳에 넣어둘 수 없어 자꾸 꺼내어 바라보고 기록하기를 되풀이한다. 그러니 이들에게 마음을 연습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이 까끌거리는 느낌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일이다.  전그륜(합정지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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