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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기 개인전
메타-메틱

2023.8.25 - 9.14

오랜 기간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기계 장치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을 해 온 작가는 2022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기계 탐구>에서 기계 제작에 사용되지 않는 부드러운 물질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는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라고 불리는 분야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기계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금속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강체 기반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금속과 전선, 모터와 피스톤과 같이 딱딱한 강체 기반의 기계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소재와 형태, 물성을 탐구하는 시간을 보낸 작가는 이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전시 <메타-메틱>에서 살아 있는 듯한 이상한 기계 오브제들을 선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기계는 기능과 효율성이 중요하며 정확한 움직임이 그 바탕이 된다. 특히 로봇 기술은 철저하게 정확한 쓸모와 효과적인 움직임이 기본이 되며, 이를 바탕으로 한 높은 생산력의 구현이 중요한 밑바탕이다. <메타-메틱>의 기계들은 작업에 있어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효율성이나 정확함, 치밀한 구도와 기능 사이에서 멀어지고자 한 작가의 시도를 담아내며 정교함과 어리숙함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그 소재와 활용 방식에 있어 정형화된 기계의 성격에서 벗어나 우연과 틈, 가변과 가역성 속을 탐험한다.


언뜻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나 한 방향으로 전구를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기계 <모두>는 전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며 호흡한다. 긴 레일 위에서 움직이는 전구는 어두운 공간 안에서 조용하게 숨과 같은 소리를 뱉어내며 움직이는데 이는 묘한 동화의 상태를 유도한다. 전시가 시작할 때 움직이기 시작해 전시가 끝날 무렵에는 레일에서 벗어나 낙하하여 부서지거나 쌓이는 전구를 응시하다 보면 많은 감정이 일렁인다. 독백처럼 뱉어내는 <모두>의 숨에서 나아가 함께 하는 호흡은 <숨> 연작에서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지닌 부드러운 질감과 유연한 물성, 그리고 다소 제멋대로 움직이는 생명을 닮은 운동성은 무엇보다 촉각적인 감정들을 촉발한다. 이들은 늘어나고 줄어들며, 굽혀지고 펴지고, 팽창하고 수축하며 호흡한다. 숨 연작 속에서 한 장의 종이는 평면이었다가 입체가 되고 유연하다가도 강직해진다. 한 장의 평면에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구조들, 파편과 쌓임으로 남겨진 전구들, 그 형태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작품 속에서 관객은 그들만의 순간을 경험한다.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작가는 오히려 무엇인가 벗어던지고 작업을 만들어 낼 때의 재미와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실리콘이나 비닐, 종이처럼 일반적으로 기계에 사용되지 않는 부드러운 소재나 전구처럼 아날로그적 재료가 담아 내는 분명한 ‘여백’의 느낌이 있다. 부드러움은 물질성 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미묘하고 느린 시간의 존재를 포함한다. 기존의 작업하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소재와 물성을 실험한 이번 전시는 장 팅글리(Jean Tinguely)의 기계 조각 작품 메타-메틱(Meta-Matic) 연작으로부터 따온 전시명처럼 기계 그 다음의 세계를 꿈꾸는 듯 하다.


_민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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