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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포밍 합정지구#3 손 잡듯, 느슨히
기획: 박은정, 전그륜
참여작가: 다이애나밴드, 지리산방랑단, 전지

2023.6.9 - 7.9

《플랫포밍 합정지구》는개와고양이의정원이 주최하는 기획전이다. 개와고양이의정원은 2015년부터 합정지구를 거점으로 삼아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고 일상과 예술을 잇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개와고양이의정원 박은정과 톱니귀는 2020년 이곳을 드나들었던 시민창작자들과 첫번째 《플랫포밍 합정지구》를 열어 노동과 예술의 접점을 찾으려 했다. 2021년에 진행한 두번째 전시에서는 기획자 정희영이 동물을 향한 폭력과 공생을 이야기했다. 이번 전시는 세번째 전시로 미술가 전지, 다이애나밴드, 활동가 지리산 방랑단과 곁에 있는 것을 말하려 한다.

 

전지는 오랫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안양을 기록해왔다.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 개발로 인해 철거되는 건물, 주택밀집지역에서 흔히 보였던 모르타르 담벼락, 누군가를 향한 경고장 등. 작가는 그 모습을 그리거나 카메라로 찍고 모르타르로 본뜨면서 안양을 채집했다. 그런 그가 최근 새를 만들거나 그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일이 기약없이 연기되던 시기, 작가는 불안정한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안양천을 걸었다. 새와 사람들이 있는 그곳은 매일이 비슷한 풍경이었다. 변화하는 도시를 촘촘하게 기록해온 전지는 이제 안양천에 터를 잡은 새와 그곳을 걷는 사람들, 그것을 남기는 자신의 손을 기록하면서 평안을 찾는다. 안양천에는 30종의 새가 살고 있는데, 작가는 그 모두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리산 방랑단(꼬리, 상글, 차라, 칩코)은 구례에 모여 사는 청년활동가로 채식을 하고 환경운동을 하며 생태적 삶에 대해 고민한다. 처음 이 이름을 갖게 된 건 2021년 지리산을 걸었던 때지만 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20년이었다. 이때 이들은 스스로를들레네라고 불렀다. 개와고양이의정원은 이들을 초대해 구례로 귀촌하여들레네’(2020.3~2021.2)로 살아온 일, 산내 성다양성 축제(2020~2022)를 열고, 지리산 방랑단(2021~)으로 활동해온 일을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들레네로 함께 산 사람들은 7명이었는데, 한 집에 살면서 김장도 하고 막걸리도 만들어 먹고 빨랫비누나 립밤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고양이 눈송이의 시점으로 쓴 노래 <매동 타이거>에서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생태화장실을 한 켠에 두고 이것으로 퇴비를 만들고 작물을 키워 채식을 하였다. 전시장에는 들레네가 사용했던 간소한 생태화장실을 재현했고 키웠던 작물과 그에 담긴 이야기를 그려 전시한다. 들레네는 생명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산내 성다양성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3년 간의 축제 현장을 담은 사진, 여러 식물의 씨앗, 축제 굿즈였던 티셔츠와 무지개 기도초를 전시한다. 7명은 지리산의 다양성을 만든 마고할미 신화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했는데, 그때의 현장 영상도 상영한다. 그리고 2021년 들레네의 상글, 차라, 칩코는 지리산을 걸으면서 난개발로 사라진 숲의 이야기를 모으기로 한다. 지리산 방랑단이 된 세 명은 그들과 함께 걸을 사람들을 모았다. 신청자는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기간만큼 걸었고 방랑단과 같이 탁발을 하고 노숙을 했다. 전시장에는 지리산을 방랑했던 사람들의 사진과 일기가 놓여 있다.[1]

 

다이애나밴드는 어두운 합정지구 지하 전시장을 다녀간 후 2017년 작 <신호수>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두 사람은 이 작업에서 전자파 픽업장치를 만들고 중계기가 모여 있는 곳(작가는 이것을 군락지라고 부른다)을 찾아 그것이 내는 전자파를 들었다. <신호수>는 우리가 감각할 수 없지만 언제나 주변에 있는 전자파를 들으면서 그것의 세계를 가늠해보는 작업이었다. 다이애나밴드는 이 전시를 열기 전 전자파 픽업장치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참여자들은 자신이 만든 픽업장치로 전시장에 놓인 형광등, 전구, 자신의 핸드폰이나 모니터 등의 전자파를 들었다. 지하 전시장에는 <신호수>와 참여자들이 만든 픽업장치, 워크숍을 진행한 흔적이 남아있다. 지하전시장 외부에는 건물 사용자가 설치한 작은 중계기가 있는데 <소규모 신호수 들어보기>(2023)는 이 중계기의 전자파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벽에 기대어진 전자파 픽업장치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라! 조금은 날카롭고 기괴하지만 흥미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경쾌하기를 바랐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합정지구를 가득 채우기까지 이곳이 즐거운 곳이 되기를 바랐고, 우리는 그러했다. 미술을 해온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여기에서 잠시 동안 어울리며 즐거이 머물렀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이 우리만큼 즐겁기를 바라고 있다. 마음을 내어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사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주변을 살피는,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여기에서 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우리가 느슨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동물이 그리고 자연이. 때로는 사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까지도 우리와 손을 잡듯,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들의 사려 깊고 경쾌한 움직임이 손을 잡듯, 느슨히 여러분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_전그륜



[1] 지리산 방랑단의 활동은 모두 인스타그램 계정에 꼼꼼히, 생생하게 기록되어있다. 지리산 방랑단(@jirisan_nomad), 지리산 지키기(@jirisan_mago_sos), 성다양성축제(@jiisan_m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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