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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파룸파 로지스틱스 쿠팡팡
기획: 합정지구
참여작가: 베이비 부머 베이비(김준서, 소성준, 이건민, 이진우)

2023.7.14 - 8.12

유리창 너머로 영상이 보인다. 짧은 시간에 테마가 여러 번 바뀌지만 '움파룸파 로지스틱스 쿠팡팡' 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 주변을 둘러본다. 종이가 나오는 나무 상자, 초록색 고무 바닥, 독수리 연과 게 모형과 도장, 로켓 사진과 의자다리에 연결된 로켓 입간판, 각목에 연결된 오리발, 천장에 매달린 은박으로 둘러진 사람, 곳곳에 보이는 안전반사판과 쌓여 있는 종이박스, 여기저기 걸리고 널려있는 물건들. 어떤 공간이나 상황을 흉내 낸 듯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럽다. 동시에 전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찾아온다. 연결점을 찾기 힘든 각각의 물건으로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움파룸파 로지스틱스 쿠팡팡》은 베이비 부머 베이비의 개인전이다. 베이비 부머 베이비(김준서, 소성준, 이건민, 이진우)는 우연히 게 모양 펜 꽃이, 도장, 혀 클리너가 나란히 놓인 쿠팡 광고를 보았다. 인기있는 제품도 아니고 서로 어울리지 않으며, 사용자의 관심사와도 거리가 먼 광고가 이들에게는 이상해 보였다. 작가는 쿠팡이 제공하는 회원제 혜택을 이용해 30일 이내 환불 가능한 상품들을 주문하고, 광고 알고리즘처럼 전시장을 구성한다. 각각의 물건은 이상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같이 놓인 풍경이 생경하다. 전시 제목 '움파룸파', '로지스틱스', '쿠팡팡' 도 광고의 알고리즘과 물건이 배치된 것처럼 서로 어울림없이 충돌한다.


지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층에서 본 물건이 마치 소품샵에 온 것처럼 가격표와 같이 진열되어 있고 두 개의 모니터에는 광고가 나온다. 물건이 병치되어 만들어진 이상한 풍경이 이 광고에서도 보인다. 게 모양 펜 꽂이를 광고하는 어설픈 손흥민, 애국가가 흐르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판매하는 혀 클리너, 허황된 내용으로 가득 찬 오리발. 자세히 살펴보니,이상한 점들이 더 있다. 왼쪽 천장에 살짝 보이는 머리카락과 냉장고 속 폭탄. 얼핏 진지해보였던 지하 전시장에서도 장난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장난스럽고 조금은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이 전시를 왜 하는 걸까. 베이비 부머 베이비는 미술이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물건은 일반 쇼핑몰에서 구입했지만, 의미와 기능이 서로 맞지 않는 사물을 나란히 두고 어색한 광고를 만들어 물건을 홍보하는 일은 오히려 물건을 상품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평범한 사물은 작가가 개입할수록 작품이 된다.


네 사람은 전시를 만드는 취향과 유머코드가 맞아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팀 활동을 어떻게 해 나가냐고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항해하는 중이라 답한다. 이들은 주저하는 대신 이 전시처럼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각자 조금씩 다른 지점을 보고 있다면 이것 또한 새로운 충돌이다. 베이비 부머 베이비는 이 충돌을 기꺼이 맞는다. 즐겁고 맹랑하게.1. 베이비 부머 베이비는 전시가 종료된 이후 사용감이 없는 물건을 반품한다.


이창민(합정지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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