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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급 (박한결, 신은주, 윤하민) 개인전

빅스윙

​기획 : 헤비급

2017.3.10 -

3.31

 

 

  ‘헤비급’은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윤하민과 조각과 문학을 전공한 신은주, 연극을 공부한 박한결을 중심으로 꾸려진 프로젝트 팀입니다. 팀명 헤비급은 시각예술의 체급(體級)을 늘려보자는 취지하에 선택되었습니다. 때문에 프로젝트팀의 특성을 지닌 ‘헤비급’은 위 분야의 작가들 외에도 연극, 영화, 음악, 공연,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협업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장르 간 협업이 얻을 수 있는 시각예술 영역의 확장은 어디까지인지 연구하고, 다양한 매체의 결과물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헤비급이 합정지구에서 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빅스윙>입니다. 빅스윙은 수몰지역 유원지에 놓인 놀이기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지난겨울,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전국 곳곳의 수몰지역과 화재지역, 그리고 이주지역들을 방문하여 그곳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여정은 지인들과의 대화로부터 촉발된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화재지역에 대한 메시지, 그리고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못한 수몰지역의 비디오 테입이 있다”는 두 이야기는 이번 헤비급 작업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했던 화재·수몰지역은 분명 서로 많이 달랐지만, 두 지역 모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러한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재개발 지역,이주 지역, 나아가 우주 발사대로까지 도달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한껏 솟아있는 나로호 발사대를 올려다보면서, 하나의 거대 서사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사소한 불씨를 발견한 한 사람이, 불을 피해 이동하다가, 그리고 홍수를 피해 이동하다가, 마침내는 달에 도착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한편의 영화로 완성하여 전시장으로 가져왔습니다. 블루 스크린 스튜디오, 시나리오 아카이브, 배경 소스와 재현 구조물 등은 영화의 직·간접적인 요소로 등장함과 동시에 전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오브제들로 활용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를 전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한 나름의 실험들을 반복하였습니다.

 

  모두 떠나고 이제는 물만 남은 고요한 옛 마을 터에서, ‘빅스윙’ 체험은 여전히 성행중입니다. 최대한 세게 잡아당겨, 가능한 한 멀리 날려 보내는 것. 우리는 빅스윙 작동법이 이번 헤비급의 작업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불과 물과 같은 물성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동은 꼭 화재와 수몰처럼 극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극히 사소한 이유들만으로도, 언제든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면서 삶을 지속해 갑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을 수도 있겠지요. 헤비급은 <빅스윙>의 이야기가, 감당할 수 없는 물과 불을 마주한 지역에게 헌정하는 아름다운 판타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여정에 대한 소박한 은유가 된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먼 길을 돌아 달에 도달한 주인공은 지금쯤 가능한 한 몸을 움츠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_헤비급 (박한결, 신은주, 윤하민)

디자인 : 이수진

인쇄 : 지그라픽

공간매니저 : 박은정

촬영 : 홍철기

출연 : 심연화, Benjamin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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