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개인전
지질학적 베이커리
$250
안데스 개인전 《지질학적 베이커리—화강암의 맛》
전그륜_합정지구 큐레이터
안데스의 작업을 본 적이 있다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안데스는 남미에 있는 산맥을 따
라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산을 보고 불현
듯 ‘기울어진 케익’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이 거대한 산이 어떻게 만
들어졌을까, 빵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면 지구가 형성되는 이치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빵과 지질학의
연관성을 찾으며 베이킹을 시작했다. 마침내 2019년 그만의 지질학
적 빵을 만들어 베이커리를 열었다. (《지질학적 베이커리》2019, 팩토리2)
합정지구에서 열리는 ‘지질학적 베이커리’는 이 빵집의 2호점이다.
1호점에서 그는 매일 아침 빵을 구워 판매하며 실험 결과를 관객과
나눴다. 이번 2호점에서는 그가 처음 산을 보고 빵을 떠올렸던 그 경
험을 관객과 함께하려 한다.
안데스는 지난해, 서울의 산을 탐사할 참가자를 모집하여 도봉산, 북
한산, 안산, 인왕산을 올랐다. 이렇게 모인 ‘빵산별원정대’에게 안데
스는 빵 하나를 나누어 주었는데, 초콜렛과 견과류가 박힌 스콘이었
다. 화강암을 닮은 이 빵은 지질학적 단서가 되었다. 탐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화상회의 플랫폼에 모여 자신이 채취한 돌, 발견한 지질
학적 특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스콘이 그들을 잘 이끌었던
걸까. 참가자들이 산을 보며 그것의 맛과 식감을 떠올리는 이상한 일
이 벌어졌다. 또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발견한 지질학적 특징을 설
명하던 지질학자도 산을 빵에 빗대어 말하거나, 빵에서 산을 보기 시
작했다.
《지질학적 베이커리-화강암의 맛》에서는 빵산별원정대가 산을 탐사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독특하고 기이한 워크숍은
지하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1층 전시장은 베이커리가 된다. 빵산별원
정대는 워크숍의 마지막에 자신이 발견한 지질학적 특성, 화강암의
형성원리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베이킹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했다.
안데스는 매일 합정지구에서, 레시피를 만든 참가자와 빵을 굽기로
한다. 그 레시피는 성공할 수도 있고 완벽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중요
한 것은 빵을 함께 구우며 다시 한번 빵과 산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이
다. ‘지질학적 베이커리 2호점’에 온 관객은 서울의 산을 닮은 이 빵을
먹어보며 그들의 지질학적 실험이자 베이킹에 참여할 수 있다. 2호점
에서는 배달서비스를 제공하여, 방문이 어려운 관람객에게도 “화강
암의 맛”을 전하려 한다.
안데스에게 ‘먹는다’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빵을 만들기 때
문만은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경험을 같이 하
는 것을 뜻한다. 함께 보고, 냄새 맡고, 그것의 식감을 살피면서 같은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 만약 음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 어떤 재
료가 들어간 것 같다거나, 어떻게 조리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추적하면서 그 음식을 나누는 사람과 감각은 물론 사고의 흐름까지
공유하게 된다. 안데스가 빵산별원정대와 탐사를 시작하기 전, 빵을
나누어 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작은 빵을 먹고
조사를 시작하면 안데스의 빵과 지질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둘
사이의 비약은 점차 사라진다. 산을 보고 빵이 생각나다가 산과 빵이
겹쳐 보이고, 결국에는 산을 보며 빵을 떠올리게 된다. 빵과 산의 모든
것이 뒤바뀌는 것이다. 터무니없어 보였던 그의 가설은 어느 순간, 그
럴 수 있겠다며 사실이 되어버린다. 그의 빵을 먹기만 하면 설득 당하
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니 여기, 지질학적 베이커리 2호점에 들러 “화강암의 맛”을 한번
보시라. 그의 말이 생뚱맞다고 여길수록 빵과 지질학의 거리가 멀다
고 생각할수록! 만약 안데스의 말이 구미가 당긴다면 더욱 와야 한
다. 그의 빵을 먹어보는 순간, 당신은 빵과 산을 떨어뜨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빵산별원정대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