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S
2021.09.08. - 2021.10.08
MODS
게임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다양하다. 만들어진 게임을 그냥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주어진 규칙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찾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는 게임을 이상한 방식으로 개조하는 것 자체를
놀이로 삼기도 한다. 소위 ‘모더’라고 불리는 사람들.
게임에서 ‘모드’(Mod)는 수정, 변경 등을 뜻하는 ‘모디피케이션’
(Modification)의 준말로, 정식 유통되는 게임에 임의로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것을 변형하는 2차 창작이다. 이러한
모딩은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부터 오늘날 인터넷 기반
게임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바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게임플레이의 풍부함 자체나
특정한 이질성을 원하는 많은 게이머들은 직접 모드를 제작해
기존 게임의 내러티브를 확장하거나 내부 시스템을 변주해가며
주어진 게임을 전혀 다른 무언가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모드들은
웹을 통해 공유되면서 게임의 바깥 쪽에서 또 다른 공유된 경험을
나누는 계기를 열어내기도 한다.
⟪MODS⟫는 이와 같은 게임 문화를 참조한다. ⟪MODS⟫는 미술
이상으로 게임을 사랑하는 다섯 명의 시각 예술 기획자들이
게이머의 입장에서 게임과 게임의 주변 낱낱을 각자의 시선으로
번역해 시각 예술의 문제와 교직해보려는 움직임으로 출발했다.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견고한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동시대 시각 예술의 틀 안에서, 게임은 바깥의
무엇이라 쉽게 규정된 채, 서브컬처로서의 이미지나 테크놀로지
차원의 문제 등으로 환원되어 다루어져 왔다. 동시대 미술에서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게임은 사실 단지 모종의 목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어지는 뒤늦은 의심. 어쩌면
동시대 미술이야말로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서브컬처인 건
아닐까?
이미 약간 늦은 감이 있는 자각 속에서 ⟪MODS⟫는 게임과
미술을 양쪽에서 모두 모딩한다. 다섯 기획자와 참여자들은
일종의 모더로서 게임 안쪽과 바깥쪽, 각기 다른 층위에 개입하여
예술 작업, 아티스틱 리서치, 아카이빙 등을 펼쳐 놓았다. 각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모드가 되어 게임과 미술 모두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합정지구에서 함께
작동하고 있는 다양한 모드들과 이곳을 방문할 유저들이 서로
뒤엉켜 만들어낼 온갖 버그와 글리치, 다양한 방식의 잘못된
플레이들, 그리고 오해와 오류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