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1년차 에디터, 사진잡지와 사진책을 만들어 왔다. 그러는 동안 틈틈이 썼던 글을 재료 삼아 전시를 꾸렸다. 전시는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되었다. 

  하나, 1980년대생 이후 사진 작업자들이 2010년대 이후에 발표한 사진 작업을 대상으로 이전과 차별되는 감각들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추려 살펴보았다. 어떤 특별한 경향을 명명하거나 어느 특정한 이름을 호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모바일로, 사진 매체와 사진 사용 세대의 변화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각의 ‘낙차 혹은 삐거덕거림’을 더듬어보려는것이다. 

  둘, 일 년 반 가량 일주일 간격으로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23편을 골라보았다. 매주 한 장의 사진을 선택해 그에 관한 4.5매(200자 원고지)의 글을 쓰는 건 마치 혼자 싸우는 시합 같았다. 한정된 지면과 시간, 분량이 규칙인 시합은 선수의 실력을 들통나게 만들었다. 미련하게도 시합이 끝나고 나서야 실책과 패인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 불확실한 추정, 인상비평의 연결 등등. 비록 원고지 4.5매에게 매번 꼼짝못했지만,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밤과 새벽 사이에 바라보았던 사진 한 장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셋, 잡지에 썼던 기사와 도록에 들어갈 서문과 리뷰 등 청탁을 받아 썼던 글 중에서 골라 해당 출판물을 촬영해 리플렛으로 만들었다. 그때그때 지면마다의 필요와 요청에 맞춰 납품했던 글에서는 어김없이 적당한 타협으로 얼버무린 문단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 뿌리내린 고만고만한 문장과 단어가 결국 사유와 고민의 고만고만함을 반증한다면, 쓸수록 부끄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필자가 모두 잘 쓸 수 없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모든 독자가 모두 잘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고만고만한 글도 고만고만한 쓸모는 있을거라고 혼자서 주문처럼 외우곤 했다. 

  얼기설기 걸쳐진 세 갈래는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 그럴 만한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 하물며 일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병처럼 '야마' 한 문장을 뽑자면 "사진과 사진가, 사진잡지와 사진책 주위에서 머물고 바라보며 썼던 글들 정도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진에 기생했던 글”인 셈이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그 사진이 없었다면, 그 글들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사진을 기억하는 글”이자 “사진을 기억하려는 글”이기도하다. 사진에 기생했던 '글'을 전시하려는 생각도 어쩌면, 쓸 때마다 좀 더 읽어주기를 기대했던 것만큼, 글이 기생했던 '사진'을 함께 바라봐주기 원했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_박지수 

박지수(Park Jisoo) 

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월간사진, VON, 포토닷을 거쳐 줄곧 사진잡지에서 마감에 시달리며, 사진과 글을 고르고 다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사진 전시/판매 플랫폼 《더 스크랩>(2016)의 공동기획에 참여했고, 사진전 《리플렉타 오브 리플렉타》(2016), 《이민지 개인전: 사이트-래그》(2018)를 기획했다.

진행 : 합정지구

영상제작 : 57STUDIO

전시, 책 촬영 : 타별

디자인 : 이산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지수 개인전

기억된 사진들 2010-2020

2020.10.30 -

11.28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