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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작업을 본 적이 있다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안데스는 남미에 있는 산맥을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산을 보고 불현듯 ‘기울어진 케익’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이 거대한 산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빵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면 지구가 형성되는 이치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빵과 지질학의 연관성을 찾으며 베이킹을 시작했다. 마침내 2019년 그만의 지질학적 빵을 만들어 베이커리를 열었다. (《지질학적 베이커리》2019, 팩토리2) 합정지구에서 열리는 ‘지질학적 베이커리’는 이 빵집의 2호점이다. 1호점에서 그는 매일 아침 빵을 구워 판매하며 실험 결과를 관객과 나눴다. 이번 2호점에서는 그가 처음 산을 보고 빵을 떠올렸던 그 경험을 관객과 함께하려 한다.

안데스는 지난해, 서울의 산을 탐사할 참가자를 모집하여 도봉산, 북한산, 안산, 인왕산을 올랐다. 이렇게 모인 ‘빵산별원정대’에게 안데 스는 빵 하나를 나누어 주었는데, 초콜렛과 견과류가 박힌 스콘이었다. 화강암을 닮은 이 빵은 지질학적 단서가 되었다. 탐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화상회의 플랫폼에 모여 자신이 채취한 돌, 발견한 지질학적 특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스콘이 그들을 잘 이끌었던 걸까. 참가자들이 산을 보며 그것의 맛과 식감을 떠올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또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발견한 지질학적 특징을 설명하던 지질학자도 산을 빵에 빗대어 말하거나, 빵에서 산을 보기 시작했다.

《지질학적 베이커리-화강암의 맛》에서는 빵산별원정대가 산을 탐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독특하고 기이한 워크숍은 지하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1층 전시장은 베이커리가 된다. 빵산별원정대는 워크숍의 마지막에 자신이 발견한 지질학적 특성, 화강암의 형성원리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베이킹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했다. 안데스는 매일 합정지구에서, 레시피를 만든 참가자와 빵을 굽기로한다. 그 레시피는 성공할 수도 있고 완벽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빵을 함께 구우며 다시 한번 빵과 산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이 다. ‘지질학적 베이커리 2호점’에 온 관객은 서울의 산을 닮은 이 빵을 먹어보며 그들의 지질학적 실험이자 베이킹에 참여할 수 있다. 2호점 에서는 배달서비스를 제공하여, 방문이 어려운 관람객에게도 “화강암의 맛”을 전하려 한다.

안데스에게 ‘먹는다’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빵을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경험을 같이 하 는 것을 뜻한다. 함께 보고, 냄새 맡고, 그것의 식감을 살피면서 같은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 만약 음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 어떤 재 료가 들어간 것 같다거나, 어떻게 조리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추적하면서 그 음식을 나누는 사람과 감각은 물론 사고의 흐름까지 공유하게 된다. 안데스가 빵산별원정대와 탐사를 시작하기 전, 빵을 나누어 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작은 빵을 먹고 조사를 시작하면 안데스의 빵과 지질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둘 사이의 비약은 점차 사라진다. 산을 보고 빵이 생각나다가 산과 빵이 겹쳐 보이고, 결국에는 산을 보며 빵을 떠올리게 된다. 빵과 산의 모든 것이 뒤바뀌는 것이다. 터무니없어 보였던 그의 가설은 어느 순간, 그럴 수 있겠다며 사실이 되어버린다. 그의 빵을 먹기만 하면 설득 당하 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니 여기, 지질학적 베이커리 2호점에 들러 “화강암의 맛”을 한번 보시라. 그의 말이 생뚱맞다고 여길수록 빵과 지질학의 거리가 멀다 고 생각할수록! 만약 안데스의 말이 구미가 당긴다면 더욱 와야 한다. 그의 빵을 먹어보는 순간, 당신은 빵과 산을 떨어뜨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빵산별원정대가 그랬던 것처럼!

전그륜_합정지구 큐레이터

진행 : 전그륜, 권세정

설치 : 손정민, 권동현

전경촬영 : 타별

영상촬영 : David Cardona

그래픽디자인 : 안데스

후원 :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데스 개인전

지질학적 베이커리—화강암의 맛

2021.7.2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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